51. 현대 설교의 문제 (7)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하는 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찬 저널>의 요청으로  2010년 가을부터  2013년 가을까지 격주로 기고한 글입니다.

 

예수님짜리 교회 51

현대 설교의 문제(7)

<유기적 교회의 방해요소 (32)>

 

바로 앞에서 Proof Texting의 예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불신자에게 전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 수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흔히 그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성경본문인 마태복음 28:18-20을 먼저 살펴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태복음 28:18-20에 있는 소위 ‘지상명령’이 1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하신 명령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음을 지적했는데, 그럼 주님으로부터 이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누구란 말입니까?

 

 

문맥을 무시하고 읽는 버릇

 

예수님께서 “너희는” 이라고 하셨는데 28:18-20만 따로 떼어서 보면 이 “너희”가 오늘날의 우리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을 지칭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성경을 보는 것을 proof texting이라고 합니다. 문맥을 무시하고 읽기 때문입니다. 이 본문의 바로 앞을 보면 이 명령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열한 제자가 갈릴리에 가서 예수께서 지시하신 산에 이르러 예수를 뵈옵고 경배하나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마 28:16-20)

 

문맥으로 보면 이 명령이 주님께서 ‘열한 제자’에게 하신 명령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성경말씀이 오늘날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뜻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1세기 때의 열한 제자, 곧 예수님께서 택하신 사도들처럼 오늘날에도 주님께서 동일한 사역을 하라고 부르신 사람들을 향해 하신 명령으로 보면 됩니다.

즉,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대상은 복음을 들고 가서 제자를 삼고 교회를 세우는 순회 사역자들입니다. 또한 그들에 의해 세워진 교회에 주신 명령이라고 보아야 합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시대를 초월해서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교회의 기초를 놓고 떠나는 사도적 일꾼들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그들이 세운 교회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 말씀은 오늘날  지역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지체들 개개인을 향해 하신 명령이 아닙니다. 이렇게 읽는 것이 문맥에 충실하게 성경을 보는 자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성경구절을 사용해서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불신자에게 꼭 전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서, 전도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불순종하는 것처럼 겁주면 곤란합니다. 성경 본문이 뒷받침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없는 내용을 집어넣는 버릇

 

성경의 내용에는 없는데 마치 그렇게 되어 있는 것처럼 읽는 버릇도 Proof Texting에 일조하고 있는데,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불신자에게 전도해야 한다고 주님께서 명령하신 근거로 자주 갖다붙이는 성경구절의 예로 마태복음 28:18-20 외에 사도행전 1:8도 들 수  있습니다.

이 구절이 오늘날 설교에 단골로 등장해서 교인들에게 전도를 강조하고 부담을 안기는데 쓰이곤 합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보통 이 구절이 예수님께서 전도에 관해 명령하신 말씀이라고 귀가 마르고 닳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없이 이런 식으로 읽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내 증인이 되어라.” 예수님께서 이렇게 명령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은 이 말씀엔 명령이라고는 단 한 마디도 없습니다. 여기서 주님은 “되어라” 라고 ‘명령’하신 게 아니라 “되리라(될 것이다)” 라고 ‘예언’하신 것인데, 성경말씀에 없는 내용을 집어넣는 버릇이 이런 식으로 왜곡시킨 것입니다.

 

이상,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불신자에게 전도해야 한다고 명령하는 성경적 근거로 제시된 두 본문을 살펴보았는데 그것이 문맥을 무시하고 읽는 버릇과 성경에 없는 내용을 집어넣는 버릇으로 proof texting을 했기 때문에 나온 잘못된 주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약성경 그 어디에도 전도가 명령으로 나와 있는 곳은 없음. 성령에 이끌려서 자발적으로 전도하는 것은 좋지만 명령이라고 여기면 오산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 설교라는 것 자체가 성경적 바탕이 없는 것인데, 더구나 그런 설교에 proof texting까지 난무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을 보는 눈의 문제

 

우리가 이렇게 proof texting의 잘못을 쉽게 범하게 되는 것은 성경을 보는 눈이 발달하지 못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도 앞에서 이미 여러 번 강조했었는데, 무의식 중에 성경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인 줄 알고 신앙생활 하는 게 많은 그리스도인의 몸에 배어 있습니다.

성경의 저자들이 붓을 들고 있을 때 성령이 그 붓을 움직여서 성경이 기록되었다고 단순 무식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믿음마저도 proof texting 때문에 생겨난 것인데, 성경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맘대로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 (마 5:17-18)

 

이런 예수님의 말씀을 읽으면,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아, ‘일점 일획도’ 라고 했으니 성경에 있는 모든 것은 토씨도 빼놓지 않고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이구나” 라는 식의 논리가 머릿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생각인데도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이런 식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많은 목회자가 이렇게 교인들을 세뇌합니다. 예수님께서 율법의 일점 일획이라고 하셨지, 성경책을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또 이 말씀이 십자가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이미 앞에서 설명했으므로 생략합니다.

위의 구절 같은 것과 함께 또 다음 구절 같은 것도 성경이 하늘에서 떨어진 책으로 믿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합니다.

 

“내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증언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것이요 만일 누구든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여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 (계 22:18-19)

 

여기서 두루마리의 예언이란 요한계시록을 두고 한 얘기이지 성경 전체를 말함이 아닙니다. 이것이 신구약 성경의 맨 마지막에 써있기 때문에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를 통틀어 말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초대교회로부터 300년이 지난 후에 신약성경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을 때 요한계시록을 성경 맨 끝에다가 집어넣은 사람들 때문에 생긴 믿음일 뿐 성경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참고로, 성경이 성령의 감동에 의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순서로 배열되었다고 믿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생각입니다. 그건 4세기 때 성경을 편집할 당시의 사람들이 그렇게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의 구절은 신구약 성경 전체를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성경에 있는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는 것처럼 오해하면 안됩니다. 성경이 하늘에서 떨어진 책이 아님을 말하고자 함입니다. 저는 “나만큼 성경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봐라” 할 정도로 성경을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뿐만 아니라 성경을 정말 중요시하는 사람은 누구나 성경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고 그 안에 담겨 있는 하나님의 마음과 의도를 알기 위해 애를 쓰게 됩니다. 이런 자세로 성경을 대하여야 제대로 보는 눈이 점점 발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대로 보는 눈은 성경의 배경, 역사, 저자의 의도, 문맥 등 여러 면에 걸쳐 상고할 때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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